[대만 여행기]06. 편리한 버스투어

조금 더 힘겨웠던 아침
숙소에서 그냥 잤어야 했는데, 여행책자 들여다 보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그렇게 뒤척이던 시간이 벌써 현지 시간으로 세시.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참 힘들었다.
알람이 울려서 겨우 일어나보니 거의 9시가 다 된 시간. 더는 늦출 수 없다. 오늘은 버스투어를 신청한 날이라서 시간에 맞춰야 한다. 늦으면 골치아파진다. 서둘러 머리감고 옷 갈아입고 방을 대강 치웠다. 그러다 무심결에 문을 보니, 어제 그냥 지나쳤던 알림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앞뒤로 "깨우지 마세요"와 "방 치워주세요(룸서비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어제 룸서비스가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방문에 걸려있던 문패를 확인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나오면서 문에 룸서비스 부탁 팻말을 걸어두었다. 숙소 들어오면 과연 어떨지? 일단 늦을 것을 염려해서 택시를 탔다.

버스투어 집결지는 타이페이 중앙역(台北車站)출구였다. 숙소 주변이었고,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던 단수이신이선(淡水信義線)으로 갈 수 있는데, 환승역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역. 집결지가 안 보여서 두리번거리다 한자로 된 표지판을 따라서 반난선(板南線)쪽 출구로 가려니 한국인들이 몰려있다. 한국인들, 특히 여행자들의 행색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보니까 가이드들이 저마다 상품명(대개 예스진지)을 들고 서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예스진지?  류, 펀, 과스, 우펀 묶음 방문 패키지를 말한다.
가이드가 음식을 먹고 오라고 하길래 지하상가 빵집에서 빵과 우유를 샀다.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던 빵은 달고 맛있었다. 그런데, 우유는 망고맛. 진짜 듣도 보도 못한 맛이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파파야 맛이라던데, 여튼 나한테는 참... 하핫...

보기만큼 맛있고 컸던 빵과 보기보다 무서웠던 우유...


한국인인줄 알았던 가이드는 알고 보니 대만사람이었다. 현지인 특유의 성조가 섞인, 조금은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상당히 유창했다. 대만의 문화나 관광지에 대한 설명도 친절했다. 나중에 투어를 하면서 보니, 이 가이드는 참 친절할뿐만 아니라 정말 실력있는 가이드였다. 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자. 사람들이 정해진 차에 타기 시작했고, 이윽고 조금 늦은 관광객들 몇이 다 타자 버스가 출발했다.

가이드는 한국에 애정과 관심이 많아보였다. 처음에는 흘려듣던 이야기들은 중요한 이야기와 여행 가이드를 섞어서 이야기하니 들을 수밖에 없었고, 또 상당히 유용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덧 첫 번째 목적지인 "예류(野柳)" 해상공원에 도착했다.



예류 해상공원
해상공원 자체는 그냥 그래보였다. 여느 항구의 풍경과 같고, 여느 항구처럼 횟집이 늘어서 있는 전형적인 항구였다. 차이점은, 횟집이 아니라 게 요리점들이라는 것 정도. 그래서인지,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뭐 이런 곳에 오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공원을 들어가자 의외로 상당한 곳이었다. 풍경도 제법 볼만했고, 탁 트인 바다가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하늘이 어둡고 비가 오기 직전이라는 것이 유일한 흠.






"기암괴석"이라는 한자가 딱 들어맞는 요상한 바위들도 많았고, 다른걸 떠나 태펑양으로 뻥 뚫린 바다풍경이 머릿속을 깨끗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버스투어의 특징은 속전속결. 주어진 한시간은 공원을 충분히 보기 어려운 시간이다. 결국 반쯤 들여다보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유명한 "여왕바위(거기서는 여왕두
女王頭라고 한다. 실제로 보면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과 꽤 흡사하다)"는 근처도 못 갔다. 차 안에서 멍때리던 초기에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한 까닭에 깊숙하게 볼 생각을 안했던 것이 아쉬웠다. 한 번 더 와본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바퀴 돌아보아야 제대로 볼만한 곳이다. 마침 바깥에 작은 시장도 있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가게들도 있어서 망고 음료 한 잔을 사마셨다. 중국어로 망고주스를 "망과즙(茫果汁)"이라고 하는데, 이거 진짜 괜찮았다. 첫 여행지는 이렇게 좀 아쉽게 마무리되는 분위기. 곧 버스는 스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천등에 담긴 사람들의 속내
버스가 스펀 근처에 닿자, 하늘에 날아가는 천등이 눈에 들어왔고, 버스 안의 관광객들은 전부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스펀 천등을 말로만 듣다 실제로 보니 진짜 장관이었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제법 많은 수의 등을 보려니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현지에서는 천등(혹은 풍등)을 제갈량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영화에도 그 장면이 나갔나보다. 가이드가 버스에서 풍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제갈량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천등 하나당 250원(4색 천등의 경우. 단색은 150원이라더라)이라는, 조금 비싼 가격을 받는 이유는 그 마을 사람들이 등을 줍고 치우는 청소비, 비가 와도 젖지 않는 좋은 재질의 종이값과 공임비, 그리고 혹시라도 불이 나면 보상받을 수 있는 소액의 화재보험비 등등이 들어가서 그렇단다.


직접 보면 더 대단하다. 사진으로는 딱 이만큼... ㅎㅎㅎ


하필 스펀에 도착해서 철길로 진입하려는데, 천등 하나가 올라가다 건물어 부딪치면서 타버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우리 일행들이 탄식을 하자, 가이드는 "괜찮아요~ 보험 가입되어 있어요~"라고 눙친다. 날린 사람이야 아쉽겠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그 덕분에 전부 빵 터졌다.

천등가게로 가는 와중에 한국사람들이 쓴 소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로또 당첨"
"건물주가 되게 해주세요"
"그 새끼는 망하고 나만 잘되라!"
(더 쓴 내용을 보아하니 최근에 회사 퇴사한 모양이지만...)

어?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이거, 해도 되나? 신앙 양심에 어긋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무를 수는 없었다. 돈을 이미 지불했으니. 업체 가게에 들어가니, 여러 관광객들이 날리던 사진들이 걸려 있다. 사진들을 자세히 보니, 꼭 소원을 빌어서 날리는 것은 아니었던것 같았다. 만화 "가필드"의 작가도 왔던 모양인데, 자기 캐릭터를 붓으로 그려서 날렸던 것 같다. 그래서 여행에서 느낀 마음들을 좀 담아서 천등에 낙서를 하고 날리기로 했다. 여행 3일째가 되자 비로소 여유도 생기고,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스마일 마크 등의 표정을 간단히 그려보았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 역시 담아보았다. 생각해보니, 굳이 천등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곧 매장 직원에게 다 되었다고 말하 천등을 갖고 나갔다. 철길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천등 날리기를 하고 있었다. 매장 직원들에게 핸드폰을 주면 포즈도 찍어주고, 날리는 순간을 찍어준다. 곧 내 순서가 되어 철로로 나갔다. 부적 비스무리한 연료(종이)어 불을 붙이고 기다렸다 위로 날리니 멋지게 잘 날아갔다.


이 아이는 다행히 불타지 않고 잘 날아갔다...


천등을 잘 보내주고 가이드에게 가니 미리 주문해둔 닭날개 볶음밥을 하나 건네준다. 어제까지는 음식이 좀 맞지 않았는데, 오늘은 어떨지? 먹어봤더니 꽤 익숙한 맛이다. 중국요리 특유의(굴소스를 쓴것 같다) 향이 나면서 맛있었다. 유일한 흠은 양이 적다는 것. 이걸로 배를 채우려면 독수리나 부엉이 날개 정도는 되어야 할테다. 뭐... 맛있었음 된거지. 드디어 입에 맞는 음식을 만났다.


두개 정도 먹으면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훌륭할것 같다


스펀에 도착할 때부터 비가 계속 온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우의 한벌을 샀다. 그런데 이 우의는 곧 사라져 버렸다. 분명히 들고 탔는데... 이건 뭐냐... 어제는 손수건, 오늘은 우의?! 다행히도 가이드가 버스에서 우의를 준비해 두어서 한벌 구입했다. 가격은 50원. 난 100원에 산 셈이었다. 버스는 쉴틈 없이 달린다. 다음 목표는 허우통. 일명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예스진지 투어는 몇가지 변형이 있는데, 스펀의 폭포를 볼 경우에는 "예스폭진지"가 되고, 허우통이 포함되면 "예스허진지"가 된다. 고양이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이 뒤집혀서(?) 신청한 것이 허우통 옵션인데, 어떨지?


고양이 마을 허우통
버스는 허우통에 도착했다. 3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서 거리에 부담도 없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마을의 유래를 들려준다. 한자로 이 마을은 猴硐, 즉 원숭이 마을이었단다. 그러다 언제부터 고양이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별명이 "먀오춘(猫村)"이 되었는데, 일제 점령기 이후로 탄광촌이  폐광이 되면서 자연스레 관광지로 바뀐 것이 되었다고 한다. 먀오춘 이야기는 따로 사간 책자에 나왔는데, 마을의 원래 이름은 가이드에게 처음 들었다. 그런데, 뜻밖의 비보가 들린다. 안타깝게도 비가 와서 고양이들이 다 숨었을거란다. 이걸 어쩌나?! 결국 아쉬운대로 일단 허우통 역에 가서 돌아가신(?) 고양이 역장님 조형물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고인, 아니아니 고묘(故猫)가 되신 역장님 동상(?)

비가 와도 우비를 입고 있으니 참 좋았다. 코트 형식이 아니라 통으로 된 형태라 비바람에도 흩어지지 않으니 좋았다. 여유로웠다. 언제 또 이렇게 비를 맞으며 걸어보겠는가. 자못 유쾌한 기분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역 앞의 작은 마을 박물관 겸 카페에 들어갔더니...


도도한 자태가 연애묘 같다. 허허...


귀찮다 집사들. 깨우지 마라냥...

도도하신 분과 주무시는 분, 두 분의 고양이 "님"이 계신다. 흑묘는 사람들이 귀찮은가보다. 계속 느릿하게 걸으며 사람들을 피해 다닌다. 그래도 굴하지 않는다. 엉덩이를 긁어주며 아는척을 한 5분을 하는 끈질긴 구애 끝에 포즈도 취해주더니만, 결국 사진도 친히 찍어주셨다. 성은이 망극하다냥.

이러시던 분께서...


이리 친히 포즈를 취해주셨다. 성은이 망극하다냥

그런데, 치즈태비 비슷한 녀석은 들은 척도 않고 그냥 잠만 잔다. 뭐... 이렇게라도 봤으니 된거지.
아쉬움을 달래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간 나는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너무나 귀엽고 예쁜 고양이 인형과 열쇠고리, 미니타월, 그 외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았던 것이다. 여기서 기념품 몇 가지를 질렀다. 교목실 식구들에게 선물할 작은 인형과 내가 쓸 열쇠고리, 그리고 작은 타월 두 장. 이중 하나는 오후 내내 손수건으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어제보다는 수월했지만, 더운건 더운거니까.


칼 할아버지, 안녕하시냐옹~? / - 꺼져! 사라져! 없어져!


이제 다음 목적지는 진과스 광산박물관. 여기는 길이 좁아서 버스들이 바로 가기 힘들어서 노선버스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진과스는...

-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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