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플로렌스 : 노래 못하는 그녀가 부른 생애 최고의 노래 文化

Prologue. 영화, 장르, 그리고 일상...

올해로 SK 텔레콤 16년 회원이다. 그래서 회원등급도 VIP이다.
그나마 이게 아니었으면 문화생활은 더 안했지 싶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이게 내 영화생활과 약간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SK의 VIP 회원은 1년에 6번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아이맥스나 특별 관람관 같은 것만 아니라면 어지간한 극장은 다 예약이 된다.

영화나 뮤지컬, 연극...
그런 일상과는 참 많이 동떨어진 삶,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나이기에
이런 혜택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이용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취향도 좀 독특한지라서
일반적인 영화는 잘 안 보러 간다.
그리고 꼭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생각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얼마 전(?)에 개봉했던 "동주"였다.
보고싶으나, 바쁘고 이래저래 시간이 흐르다 극장에서 내려가 버렸던...

미국인이 나와서 다 때려부수는 것도 싫고...
공포영화는 내가 꼭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싫어했고...
그렇다고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 마니악할 수밖에.
작년에... 한 5년인가 만에 내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나마도 이것도 VIP 혜택으로 보러 간 영화였음... ㅡ_ㅡ;;)
그게 관객수 없기로 손에 꼽혔던 영화 "맥베스"였다.

어느 날이었다.
어쩌다 COEX에 가서 헤메다가(요즘 가끔 하는 취미생활...)
우연히 메가박스 앞을 지나가면서 어떤 영화 포스터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 포스터가 오늘 포스팅의 거대한(?) 원인이 되어버렸다.


바로 요놈.



#01. 위대한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여사
이 영화는 실화가 바탕이 된 영화이다.
실화의 주인공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였던 미국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 1868.7.19 ~ 1944.11.26)" 여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위대한 소프라노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많은 재산을 자선사업 등으로 쓰며, 음악가들도 많이 후원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녀의 전설적인 목소리는 음반으로 몇 편 남아있다.



그렇다. 하나님께서는 이 여인에게 따뜻한 마음과 많은 재산,
그리고 어마무시한 목소리를 주셨던 것이다.
위키백과를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뒤져보면
이 여인의 이러한 무모한 행동에 대한 악평이 상당하다.
그래서 나도 그저 그렇고 그런, 어찌 보면 미친 여인으로만 기억하고 끝냈다.
사실 나도 이 음반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정말이지... ㅋㅋㅋㅋㅋ

이제부터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고
각 인물들에 대한 느낀 점을 좀 끄적여보려 한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뒤로 돌리시라.
뭐... 이 분의 일생이 공개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랄 것도 없겠지만...




#02.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미국의 뉴욕으로 추정되는 한 클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바로 이 극장의 후원자인 플로렌스 젠킨스(번역은 "젱킨스"로 함) 여사.
그리고 해설자이자 사회자로 이곳에서 활동하는 잘생긴 신사는 그녀의 남편인 싱클레어 베이필드.
공연이 끝나자, 그녀는 집(나중에야 이곳이 호텔 객실인 것으로 나온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세상에...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는 가발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녀가 잠이 든 이후, 다른 집으로 가서 다른 여자와 함께 눕는다.

베르디 클럽에서의 출연 이후 그녀는 전설적인 성악가 "릴리 폰스"의 공연을 본다.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을 받은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성악 수업을 받고자 했고
이에 자신을 매일 도와 반주를 해줄 반주자를 구한다. 그의 이름은 "코스메 맥문".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는 그녀의 레슨 시간에 정말이지 과도할 정도로 칭찬을 늘어놓는다.
그 레슨이 과도한 탓일까? 그녀는 연주를 하고 싶어한다.
어쩌랴. 그녀의 베이필드는 결국 그녀를 위해 "음악 애호가들"만 초대하는 자리를 만든다.
티켓은 철저하게 그녀가 묵는 호텔(사실상 그녀의 집)에서만 판매하고 기자들에게는 뒷돈을 찔러준다.
그러나 한 부호와 그의 새로운 젊은 애인까지 막지는 못해 그녀도 초대했으며
자신이 함께 사는 젊은 여인인 캐서린과 그의 친구 한 두명도 함께 초대한다.


첫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아까 그 젊은 애인이 실신직전까지 웃어댔고(웃기 시작하자 알아서 퇴장했음)
베이필드의 친구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다 연주 끝에 "브라보, 바담 플로렌스!"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친 것 외에는.
연주는 너무나 성공적이었으나, 두 시간 반이나 되는 긴 공연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그녀의 건강에 독이 되어
플로렌스는 남편의 부축으로 숙소에서 휴식을 청한다.

그시각, 베이필드의 집에서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연주회가 잘 끝난 것에 대한 친구들 전체의 자축파티 겸이었고
그 자리에서 그는 신나게 춤도 추고, 술도 마시며 밤을 보낸다.

그 다음 날, 그 집에 플로렌스가 잔뜩 흥분한 상태로 찾아왔고,
당황한 베이필드는 캐서린을 벽장 속에 숨겨버린채로 플로렌스를 맞이한다.
자신의 음반을 녹음하자고 하며 베이필드를 찾아온 것이다.
플로렌스는 자신에 대한 호평이 써진 신문을 보면서 기뻤지만,
그녀가 떠난 후, 캐서린은 이런 상태를 계속 이어나갈 수 없다며 울부짖는다.
결국 베이필드는 플로렌스에게는 취미생활(골프)을 즐기고 오마 이야기하고
캐서린과 여행을 떠난다. 물론, 여행 자체는 다른 것이 아니라 골프였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이중생활은 끝난다. 캐서린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갔던 술집에서
어떤 이들이 플로렌스의 음반을 들으며 낄낄거리는 모습을 본 베이필드가
화가 나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그 모습을 본 캐서린이 떠나버린 것.


설상가상으로, 플로렌스는 카네기 홀을 찾아가서 공연장을 예약해 버렸고
2차대전 중이던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들을 천 명이나 초대하는 사고를 쳐버렸다.

공연 당일, 연주회에는 플로렌스의 후원자인 베르디 클럽 회원들과
아까 그 갑부, 그리고 그의 애인을 포함한 관객들이 찾아왔고
뉴욕 포스트의 기자인 얼 윌슨(실존인물)까지 찾아온 것.
결국 첫 곡을 부르는 순간, 술취한 군인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플로렌스는 너무나 당황하여 맥문과 베이필드를 쳐다보며 울상을 짓는다.

그 순간, 첫 공연때는 빵 터졌던 그녀가 갑자기 일어나서 군인들에게 쌍욕(?)을 퍼붓는다.
"조용히 안해? 지금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만큼 노래부르는거 안 보여? 응원을 해줘야지!"
그러면서 그의 후원자들과 지인들이 일어나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군인들도 일어나 박수를 쳐준다.

뭐, 연주는 성공적이었다. 그녀의 노래를 듣는 군인들이 웃겨 죽을라고 했던 것과
얼 윌슨이 첫 곡을 다 듣기도 전에 뛰쳐나가며 혹평을 예고한 것 외에는.

결국 그 다음날, 플로렌스는 그렇게도 남편과 맥문이 숨기려고 애썼던
그놈의 뉴욕 포스트紙를 읽었고, 자신에게 쓴 악평(플로렌스는 최악의 가수인가?)을 읽고
너무나 충격을 받은 나머지 호텔 로비에서 졸도한다.
한 달 뒤, 그녀는 베이필드의 간호를 받으며 조용히, 그러나 행복하게 숨을 거둔다.



#03. 아쉬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너무 스토리가 휙휙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베르디 클럽에서 노래하던 그녀...
그리고 외도하고 있는, 그러면서도 끔찍이도 플로렌스를 아끼던 그...
처음에는 웃겨 죽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플로렌스를 도와 준 맥문...
그리고 다른 사건 없이 갑자기 카네기 홀 연주.
그러다 보니 조금 몰입에 방해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도 조금은...
이름 모를 싸구려 그녀는 왜 갑자기 그 두 번째 연주에 와서는
플로렌스를 비웃고 야유하던 군인들에게 욕을 해 제끼면서
플로렌스를 응원해준 것이었을까?
도대체 베이필드, 이 남자는 뭐야?!
플로렌스는 그냥 돈지랄하는 갑부에 불과한 것인가?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불만이었다는 점이
그녀의 막장 행각이었다는 사람들의 평이 많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 나라의 현실 속에서
부유한 여인, 것도 노력 없이 재산을 상속받은 한 여인의 이런 막장 행각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
거기다 싱클레어 베이필드의 이중성은 더더욱 모호하다.
도대체 그녀에게 플로렌스는 무엇인가?
죽은 후, 유산이나 받아서 사욕을 채우려는 것인가?
진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육체까지 나누었던 캐서린을 놔두고 그녀를 잡았지?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었더라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다른 부분들은 내게 더 큰 울림을 주었다.



#04. 진심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진심" 이다.
플로렌스는 돈 많고 부유한 사교계의 거물이긴 하다.
그러나, 그녀는 젊은 나이에 첫 남편에게서 매독을 옮았다.
그덕분에 등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그나마 배우던 피아노도
왼손의 사고때문에 잘 쓰지 못한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밥보다는 모차르트가 더 중요하다"는 그녀는
사실 쇼팽의 프렐루드를 칠 수 있었던,
그러나 왼손은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만 해도 시려오는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여인이었다.
게다가 의사는 그녀를 진찰한 후, "매독에 걸린 이들은 50 이전에 죽는다"고 했다.
실제로 극중에서 그녀는 서류가방 하나를 항상 챙겨서 다녔는데,
그 안에는 유언장이 들어 있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몸상태인 그녀가 생명을 부지하는 이유는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음악은 내 인생입니다(Music is my life)"라고 이야기하며
베이필드는 의사에게 그녀가 생명을 부지하는 이유를 "음악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너무나 심각한 음치이지만
음악을 대하는 태도 하나만큼은 너무나 진실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토스카니니가 찾아와 1,000달러 정도의 후원을 요청했을 때에도
그녀가 듣고 눈물 흘렸던 "릴리 폰스"의 음반 한 장으로 흔쾌히 수락을 했을 정도였다.

또한 그녀는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
매독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베이필드의 자녀를 갖고 싶었을 것이라 고백했다.
남편이 아직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그의 연기에 대한 악평 몇 가지를
그녀는 남편을 위해 숨겨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이 받을 상처를 감싸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남자.

그래. 문제적 남자, 싱클레어 베이필드.
영화 첫 부분에서 플로렌스의 가발을 벗겨주고 모자를 씌워주고
시를 읊어주며 재운 후, 그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 다른 여자와 진한 키스를 나웠을 때
나는 "이 인간, 대체 뭐지?!"하며 당황했었다.
그러나 극중에서 계속 그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 하나만큼은 진실했다.
그녀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좋아했고, 지켜주고 싶어했다.
연약하고 상처 많은 그녀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려고 애를 썼다.

극중에서는 자기 야심을 계속 놓지 않았던 것을 보여준다.
파티가 있던 날 밤, 그 당시 최고의 명곡이던 "Sing Sing Sing"에 맞춰
멋진 댄스를 춰 보였던, 끼 있고 재능 있는 남자였다.
그 자리에 우연히 끼게 된 맥문에게 "나는 플로렌스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유독 "정신적으로"라는 단어를 넣었고, 사랑에 여러가지 형태가 있으니
그녀는 날 이해할 것이라고 변명을 했고,
그가 풀 수 없는 성적인 욕구와 육체적 사랑은 캐서린을 통해 푸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남자로서의 야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플로렌스를 선택한다.
캐서린이 있던 자리에서, 플로렌스의 음악을 들으며 비웃던 이들을 보자
흥분해서 그리로 뛰쳐가려는 베이필드에게 캐서린은
"저리로 가면 난 떠난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정말 1초도 쉬지 않고 이 대사를 친다)
"내 와이프가 저따위 대접을 받는데, 당신이라면 가만히 있겠어?!"라고 하며
그들에게 가서 음반을 뺏으려고 했고,
결국 캐서린을 다시 찾지 않는 모습이 그려진다.
끝까지 베이필드는 진심으로 플로렌스를 사랑해 주었고
마지막까지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외롭지 않게 해주었다.

방법이 좋지는 않았다. 돈을 뿌려댔으니까.
그러나, 카네기 홀을 덜컥 잡아버린 그녀 때문에 맥문이 좌절하자
오히려 맥문을 설득한다. 진심으로.
한때는 야망을 가졌으나, 이제는 야망을 놓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도와주자고.
그날 밤, 플로렌스는 진심으로 기뻐했고, 베이필드는 홀가분해 했으며,
맥문은...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해보았다고 기뻐하며 흥분했다.


사실, 맥문은 플로렌스가 가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알아버린 사람이었다.
그의 가난한 아파트에 플로렌스가 찾아왔던 날... 그 날 알아버렸던 것이다.

맥문은 플로렌스 젠킨스가 사망한 후, 음악가로 풀리지 않았고
보디빌더로 전향해서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고 한다.
영화의 이야기대로 진행한다면, 결국 그녀의 죽음과 함께 맥문도 떠난 셈이 된다.

플로렌스는 재능은 정말이지 없었다.
그러나 음악을 향한 진심이 있었던 예쁜 여자였다.
베이필드는 수단과 방법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향한 진심을 담아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었다.
맥문은 그러한 그들 곁에서 자신의 진심을 담아 함께 해 주었다.
결국, 그 진심을 본 사람들은 웃겨 죽겠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그 "거지같은" 노래에 큰 환호성을 보내준 것은 아니었을까?



#05. When I have sung my songs to you...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충격을 받은 플로렌스가 쓰러졌고
그녀의 건강이 악화되어 죽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녀는 눈에 띄게 쇠약해져 있었고
특유의 그 우아한 가발도 쓰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의 곁에는 베이필드가 애정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함께 했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회상한다.
When I have sung my songs to you...
내 노래를 마치고나면 나 다시 노래하지 않으리...

날개 달린 천사의 의상을 입고
이 노래를 "멀쩡한 음정과 박자로" 부르며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고
맥문과 베이필드 두 사람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로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는 해도
 부르지 않는다고는 하지 못할거에요. 그렇죠?"


이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노래 제목을 잘못 붙였다. 이해하고 들으시라.
그녀가 환상 중에 보고 부른 곡인지라 멀쩡하게 불렀다.

솔직히 영어 실력이 엄청 퇴보한 까닭에
이 곡의 가사 번역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노래와 함께 플로렌스가 웃으며 숨을 거두는 그 장면에서
나는 극장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녀의 진심이, 그 열정이 마음을 두드렸던 것 같다.
뭐... 돈지랄이면 어떠랴... 그녀의 마음만큼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을...

이 마지막 장면 하나가 앞의 모든 아쉬움을 덮어버린 까닭에
나는 영화관을 나오면서 찡하게 나올 수 있었다.


#06. 보너스 : 적절한 음악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음악들은 보너스같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위에서 소개한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When I have sung my songs to you"이다.
메릴 스트립이 주는 보너스같은 이 아름다운 노래 덕분에
엔딩 크래딧에 등장한 실제 젠킨스 여사의 노래를 듣고도 뿜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

극중 플로렌스의 첫 공연에서 아까 말했던 그녀(이름이 안 나온다... ㅠ.ㅠ)가 듣고서
자지러져 버린 노래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에 등장하는
유명한 아리아인 "여보세요 후작님?!(Mein Herr Marquis)"인데,
흔히 "웃음의 아리아", 혹은 "웃음의 왈츠" 정도로 불린다.
이 교양없는 여인이 빵 터지는 장면과
실제 노래 가사의 "그러나 나를 용서하세요, 아하하하~ 내가 웃더라도요~ 아하하하~"가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개그 포인트이다.


실제로는 이렇게 부르는 명곡이다.
명 소프라노인 "에디타 그루베로바"가 부르는 노래이며
2분 20초부터 들으면 된다.


플로렌스와 맥문이 잠깐이지만, 함께 연주했던 피아노곡은
쇼팽의 프렐루드 4번 곡이다.



맥문이 오디션에 합격하게 된 곡은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中 "백조"를 연주해서였다.
어떤 연주자가 리스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서 플로렌스는
너무나 소름끼쳐하며 힘들어한다. 그러면서 "저 사람은 내 귀를 썩게 한다"고 했는데
맥문이 연주하는 "백조"를 들을 때에는, 그의 어린 시절 가슴아팠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에게 큰 흥미를 보였고, 이렇게 해서 그가 플로렌스의 전속 피아니스트가 된다.
실제로도 상당한 실력가인 사이먼 헬버그의 연주는 아직 영상에 없어서
대신 다른 사람의 영상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전혀 다른 이질적인 곡 하나 더 소개하자면
당시에 유행했던 Swing 장르의 대표곡인 Sing Sing Sing이다.
영화에서 휴 그랜트가 아주 멋지게 소화했던 댄스인데
좀 오래된 영상이긴 하지만, 느낌은 딱 들으면 알 수 있다.




Epilogue. 그런대로 수작

메릴 스트립
휴 그랜트
사이먼 헬버그

이 조합이면 괜찮지 않은가?

어지간해서는 잘 울지 않는 나를 울린 영화.
어설픈 면도 있지만, 어쨌든 그 "진심"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참 괜찮은 영화이다.


무엇보다도, 이 순진무구하고 현실감각 떨어지지만
돈 많고, 그보다 더 열정 많고, 사람을 향한 애정 많은
이 사랑스런 여인 덕분에 이 영화는 꽤 볼만한 영화가 되었다.

그녀가 보여준 최악의 음악성은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도 보여주었지만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애썼던 평범한 사람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래서 결론은...
추천.

P.S)영화에서는 예전에 "서프라이즈"에서 소개한 일화처럼
자신을 향한 혹평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 쓰러진 것으로 묘사했으나
실제로는 아니란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혹평을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어머! 너네 지금 질투하니?!" 하면서 쿨하게 씹으셨단다.
그러나 영화의 각색이 좀더 극적이지 않았나 싶긴 하다.

실제로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너무나 순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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