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04. 먹고, 보고, 걸어보기 旅行

점심. 그리고 대만인들...
스린역으로 온 후, 일단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하고, 가게를 찾아봤다. 맛집 검색을 하니, 여러 집이 나오는데, 찾기도 애매하니 귀찮았다. 이번 여행 최대의 난관은 향신료 냄새가 아니라 불치병인 "귀찮음병"이었다. 그 덕분에 역 근처의, 패스트푸드 향 물씬 풍기는 가게에 들어가서 우육면을 먹기로 했다. 정확하게는 매운 우육면이고 정통(?)은 아니었지만, 기왕이면 이들이 먹는 그 음식을 한번 먹어보는 것도 좋을것 같았고, 덜 느끼한게 낫겠다 싶어서 매운 우육면을 시켰다. 솔직히는 한자해독이 잘 안되어서 간단히 추측으로 시킨 것이다. 음식과 콜라를 주문한 후,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여기에도 한국 중년 부부가 들어왔다. 메뉴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으시길래 간단히 도와드리고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경상도 부부로 보이는 말씨. 여행 나온 모습이 보기 좋아보였다. 곧 음식이 나왔다.

비주얼만 보면 육개장에 면 말아놓은 것 같은데...


첫맛은 먹을만했다. 비주얼은 강렬한 매운 맛인데, 실제로 먹어보면 육개장 정도의 매운맛이었다. 고수를 실수로 씹지 않는 이상 향신료 향도 그리 세지 않다. 문제는 많다못해 과한 고추기름이었는데... 그것만 아니라면 맛있었다. 결국 국물은 많이 먹지 못하고 남기고 말았다. 다음에는 맛집 한번 들려봐야지...

그런데, 어제도 저녁을 못 먹었고, 점심도 면이라서 양이 좀 적다 싶었다. 근처에 빵가게가 있어서 빵 한 조각을 샀다. 뭔가 흑설탕 가득한 맛이 예상되는 비주얼이다. 80년대 동네 빵집에서 나올법한. 목도 마르니 기왕이면 대만에서 유명한 밀크티도 마셔봐야겠지?


3, 40대는 무슨 맛인지 대강 감이 올것 같은데... ㅎㅎ


가게에서 밀크티(쩐주나이)를 샀다. 여기는 버블을 좀 작은 것을 준다. 흑설탕 담는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버블이어서 좀 놀랬다. 그런데 비닐봉지에 담아서 주는 것이었다. 응? 왜 그러지? 난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빨대를 꽂고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역 개찰구를 통과했다.

대륙과는 다르다! 대륙과는!
잠시후, 그 모습을 보고 늙수구레한 경찰아저씨(혹은 역무원 같기도 했다)가 웃으면서 오더니, 뭐라고 쏼라쏼라 하신다. 대충 보니 지하철 안에서는 먹지 말라는 것이다. 웃으면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물론 몸짓으로. 그리고 음료는 그냥 들고 탔다. 나중에서야 대만은 역내와 공공건물에서 음식 섭취가 금지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경찰이 작심했으면 큰 벌금을 물뻔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고 또 무안하다.


휴지통이 너무나 깨끗하다. 부러울 정도로...


그러고보니 대만 지하철은 깨끗하다. 쓰레기가 많지 않고, 차안에서 쩝쩝대고 취식하는 사람도 없다. 물론, 강력한법안 때문이겠지만, 그런 모습은 많이 부러웠다. 대륙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대만이 이룬 사회 분위기는 참 대단하다 싶다.
실수 연발이다. 역시 물을 마시면서 좌석에 앉았는데, 어떤 대만 아주머니(라기보다는 초로의 부인)가 오시더니 뭐라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를 길게 한다. 그래서 눈치를 슥 보니 위에 노약자 우대 표시가 있더라. 얼른 자리를 옮겼다. 이런 것도 문화라면 문화겠지... 지금도 무엇때문에 그 난리(?)가 났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의 의식은 상당했다. 곧 열차는 중정기념당역(中正記念堂驛)에 도착했다.


중정기념당
지하철역에서 나가는 길에 길거리 악사가 찬송가들을 연주한다. 플룻과 리코더들(2종류 이상)을 사용하는데, 제법 훌륭하다. 구걸인지 연주인지 모르겠지만, 돈통이 있고, 연주자라는 표시의 명함도 있다. 찬송가 "만백성 기뻐하여라"의 멜로디였는데, 원곡은 잘 모르겠다. 하필 잔돈이 없어서 100달러 한장을 통크게 넣었다.

앞을 못보시는 듯. 연주는 훌륭했다.
올라가니 어마어마한 날씨가 다시 맞이한다. 기념관 양쪽에는 국립음악원과 희극원이 있다.꽃할배에서 신구 할아버지가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이 같이 있는 셈"이라 한 표현이 정확하다. 경극와 오케스트라 연주 현수막이 함께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넓고 시원한 광장이 펼쳐져 있다. 지금 이름은 자유광장.


절도있는 교대식은 볼만하다. 외모들도 훤칠 깔끔 멋지구리...


윤리, 민주, 과학. 그러나 많이 복잡한 인물, 장개석.

사실 기념당 자체는 별반 볼게 없었다. 위병 교대식 정도, 그리고 거대한 장개석 동상 정도였고, 그 외에는 기념당의 역사, 장개석 본인에 대한 유품 정도였다. 그러나 대만에 잊지못할 자취를 남긴 사람이기에 그에 대한 장소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묵직한 울림이 있는 곳이었다.
국민당 정부가 대륙에서 넘어온 사건을 "국부천대(國府遷臺,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천도함)"라 하는데, 그는 평생 대륙 수복을 목표로 했고, 그때문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으로 국민당 일당독재를 통해 본토로 올라가기를 꿈꿨다. 그의 동상 뒷편의 여러 문구들과 대만의 근대사가 복잡하게 교차되면서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위병교대식을 보며 대만의 현재와 과거의 교차점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공산 중국과는 또 다른 엄숙하고 엄격함, 틀에 박힌(?) 근엄함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손수건이 없어졌음을 깨달았다. 아... 큰일났다. 땀을 어떻게 닦는다? ㅠ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유광장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다는 것.

내려오면서 보니, 한 한국인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길래 가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일행의 가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고맙다며 내 카메라로 찍어주시긴 했는데, DSLR을 잘 못 다루셔서... ㅎㅎㅎ 그냥 그 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냥... 셀카가 나았다.




신베이터우 온천으로
다음 목적지를 놓고 고민했다. 신베이터우 온천지구냐, 아니면 타이페이 101과 시먼딩 거리냐를 두고 고민했다. 시간이 너무 애매했다. 그때 시간은 네시 전후. 타이페이 101을 가기는 좀 일렀다. 단수이 해변도 고민했는데, 이상하게 단수이는 별로. 그래서 그냥 신베이터우로 방향을 틀었다. 타이페이 101은 이상하게 마음이 잘 안갔다. 게다가 너무 더워서 체력이 달리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결정한 것이다. 일단 무더위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일단 지하철(단수이신이선)을 타고 베이터우역(北投站)에서 신베이터우 지선으로 갈아탔다. 예전 일제강점기 시절에 베이터우 역 근처에서 온천이 멀다고 놓았던 지선이 지금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거란다. 역은 신베이터우 역과 베이터우 역 달랑 둘. 그래서 열차도 나름 테마열차로 꾸며놓은 모습이었다.






온천 가는 길
내가 선택한 온천은 인터넷에서 호평이 많았던 "스프링시티 리조트" 노천온천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대로 역 맞은편 세븐일레븐에 가서 궁금한 표정을 짓고 서있으니 점원이 온다. 다짜고짜 스프링시티 리조트를 외쳤더니 온천표를 끊어준다. 싸다. 현지돈으로 450원이다. 셔틀이
어디엔가 있다고는 하던데, 어디서 셔틀을 탈지 몰라 택시를 타기로 해서 다짜고짜 한대를 잡고는 "니하오! 춘티에 쥬디에!(Spring City Resort를 한자로 春天酒店라 한다)"라고 하니 한번더 확인하고는 바로 운전을 한다. 택시비는 신베이터우 역에서 리조트까지 정확하게 75원. 대강 우리 돈으로 2,800원 되시겠다.

택시는 제법 우람하고 승차감 있었다. 기사는 무뚝뚝하고 친절했다.

카운터에 가서 표를 들이댔더니, 수영복이 없으면 노천온천 못가고, 대만돈 400원으로 구매만 가능하단다. 표값에 맞먹는 돈. 아쉽지만 노천탕은 다음 기회에. In door를 선택했더니 직원이 역까지 가는 셔틀 예약여부를 묻는다. 예약을 하고나니 안내해준다. 문을 열어주는데, 이건 이거대로 대박이다. 일본식 1인탕이다. 거기다 온천물은 유황온천.


완벽한 개인탕...!



마침 바깥에는 비가 온다. 빗소리를 들으며 하는 실내온천도 나름 좋다. 피로가 완전히 풀렸다기보다는... 초콜릿 녹듯 몸이 녹아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오래 담그기 보다는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물을 끼얹기도 했다. 일단 베이터우로 갈 무료 셔틀이 6시 20분인데, 온천 입실은 5시 좀 넘은 시간이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땀에 쩔어가며, 손수건까지 흘려가며 보냈던 피곤한 일정은 상당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려니까 점점 더 귀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몸을 닦고서 나왔지만, 땀은 여전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개운해진 느낌. 좋다.

로비에 나와있으려니 셔틀 승객들이 대기하러 나오는데, 죄다 한국사람들이다. 카운터 직원에게 마실 물을 요청했더니 가져다준다. 두 번을 마셨더니 갈증이 가시는 것 같다. 잠시후, 직원이 물을 여러 잔 떠오더니 로비의 손님들에게 서비스한다.


서비스정신이 투철했던 스프링시티 리조트 직원들...



덕분에 기분도 한껏 좋아진 채 셔틀을 탔다. 목적지는 일단 베이터우 역. 일곱시가 조금 못된 시간이다. 바깥은 이미 어둑어둑. 비는 흩뿌리듯 조금씩 내린다. 이제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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